공연 표 싹쓸이에…너도나도 '매크로 티케팅'

입력 2023-07-25 18:18   수정 2023-08-02 17:10


“10초면 매진되는 공연 티켓을 매번 구입해 항상 1열 정중앙에 앉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A씨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리를 선점하는 사람이 많아져 원하는 좌석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 이후 공연이 재개됐지만 표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매크로 프로그램(예약할 수 있는 좌석을 인식해 자동으로 선택해주는 프로그램)을 이용한 암표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암표 가격 뛰자 일반인도 매크로 사용
2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암표 거래 신고는 4224건으로 집계됐다. 미신고 암표 거래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암표 거래가 수만 건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표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자 암표 가격도 치솟고 있다. 오는 10월 공연 예정인 미국 가수 찰리 푸스의 내한 콘서트 암표 가격은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대비 평균 두 배 이상 올랐다. 2018년 15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A석의 암표 가격은 35만원으로, 18만원 선이던 R석은 50만원까지 뛰었다.

터무니없이 높은 암표 가격에 매크로를 사용해 티케팅에 나서는 일반인이 늘었다. 지난 4월 매크로를 이용해 한 대형 콘서트 표를 확보한 이모씨(32)는 “티케팅에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암표를 매번 구매했는데 이번엔 매크로를 이용해 가장 좋은 자리를 잡았다”며 “1만~2만원짜리 매크로를 사용하면 티켓값을 포함해도 15만원이 안 되니 굳이 40만원이 넘는 암표를 살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수천 건의 매크로 구매 후기를 가진 사이트는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유명 매크로 판매업자가 온라인에서 판매한 매크로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9000건에 달했다. 이 업자가 판매하는 매크로는 영구 이용이 가능해 실제 매크로를 이용해 티케팅한 횟수는 최소 수만 회일 것으로 추정된다.
매크로 티케팅 처벌 어려워
암표와 매크로를 사용한 부정거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지난 6월 내한한 브루노 마스의 공연 표 구매에 실패한 박모씨(30)는 “티케팅을 시도했지만 13만 번째 대기자라는 통보에 허탈했다”며 “정상가의 네 배에 달하는 암표를 사 공연을 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요 예매처는 매크로 자체 단속에 나서지만 역부족이다. 브루노 마스 콘서트 주최사인 라이브네이션은 자사 SNS에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 티켓 거래가 의심되는 좌석을 취소 처리한다고 밝힌 뒤 58석 이상을 취소했다. 하지만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거래를 모두 차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한 유명 예매처 관계자는 “매크로업체들이 차단 회피 방법을 매번 찾아내고 있어 일종의 술래잡기 싸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매크로를 이용한 티케팅이 활개를 치는 것은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 매크로 판매업자는 “매크로 중에서도 서버를 조작하는 매크로는 불법이지만 티케팅처럼 단순 인식만 가능한 매크로는 불법이 아니다”며 구입을 권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지난 2월 매크로를 이용한 관람권의 부정 판매를 금지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내년 3월 시행이라 당분간은 매크로 티케팅과 암표 판매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암표 판매와 매크로 사용 행위는 건전한 공연 관람 문화를 해치기 때문에 관계 당국이 법 시행 전에도 엄격하게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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